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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
아카이브로서의 소파
상상의 궁전을 짓는 것은 원래 그리스 수사학의 기술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암기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자신의 기억의 궁전에 있는 특정한 방들에 들여놓았다. 이 상상의 건축물은 기억을 분류하는 집짓기 블록들이었다.
기억을 장소에 묶어놓는 것-그리고 그것을 공간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 있는 체계이다.
아카이브는 영원히 잊힐 수 있는 개별적인 목소리나 사건들을 반드시 구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들의 맥락과, 말하자면 사건들의 망각을 계획했던 규칙은 대부분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개인의 기억이 작동하지 않거나 억압될 경우에도, 집단 기억과 그 기억의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정보 건축물로의 복귀는 여전히 가능하다. p53
전강수
처음에 토지 사용에 대한 대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생산자들 간의 경쟁 떄문에 점점 그 값은 올라간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그 토지의 생산액-한계지 생산액'까지다. 지대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초과 수익은 사라진다. 만일 지대가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가면, 생산자는 다른 토지에서 생산하는 편이 낫다고 여겨서 더 이상 그 토지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지대는 그 토지의 생산액과 한계지 생산액의 차이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토지 n에서는 생산액이 nf인데 그것은 지대 ef와 '임금+이자'ne로 분배된다. 각 토지 단위에서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한 후에, 지대는 지대끼리 합하고 '임금+이자'는 '임금+이자'끼리 합하면 경제 전체의 총생산액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도 알 수 있다. 즉, 경제 전체의 총생산액 oabc는 총지대 bcd와 '임금+이자'의 총액 oabd로 분배된다. p19
다와다 요코
바다사자는 마치 새로운 거짓말 빵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 적합한 반죽을 찾는 것처럼 두 손을 비벼댔다. 나는 공격을 이어갔다.
"...적어도 단어의 뜻은 생각해 봐. 눈물은 인간의 감상에 속한거라고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얼음과 눈뿐이야. 얼음과 눈을 녹여 당신이 눈물을 만들면 안 되는 거지."
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에서의 발걸음은 실은 배회자rodeur의 발걸음과 비슷하다. 아카이브 작업자는 한편으로는 어떤 존재나 사건의 드러나 있는 흔적과 파묻혀 있는 흔적을 찾아 헤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재하는 것, 가감되는 것, 부재한다는 사실을 통해 부각되는 것을 눈여겨본다. 자료가 있다는 것 자체, 또는 자료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의심해보고 정리해보아야할 표징들이다. p90
아카이브 취향은 이런 마주침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스라하거나 선명한 실루엣들과의 마주침, 언어의 조명을 받는 일이 거의 없는 매력적 그림자들과의 마주침, 적대하면서 동시에 적대당하는 존재들과의 마주침, 자기 자신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시에 자기 시대라는 폭력에 훼손당하는 사람들과의 마주침이다. p62
이수명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아름다워졌소.그런데요.
층층마다 빛나는램프를 걸어놓은 빌딩들처럼,헤드라이트인걸요 해를 등지고 달리는 이들의 잔상처럼요.
우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소.그러니 옆으로 옆으로.
장물은 늘 넘칠 만큼 있소. 제일 싫어했던 방학숙제는 네잎클로버 찾기였어요.
발뒤꿈치를 모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을 한번 외우고. 등을 구부려 앉아야 해요. 도굴꾼의 능청스러움은 찾을 수 없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납치한 것을 믿으면 되는 일이라오.행운을 납치하려 했죠.
우리의 견인넘버는 자꾸만 길어지겠지만. 견인을 기다리는 행렬을 보세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불편이란 없소.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그뿐이오.
우리는 이제 너무 아름다워져 다른 것을 알아볼 수 없소.
한치 앞도 여기에 덧붙일 수 없소.
층층이 올라가는빌딩들처럼 우리는 우리 발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소.